김소영 개인전 <열한 번째 손가락> 展 105472


김소영 개인전 <열한 번째 손가락> 展

날짜 : 20160122 ~ 20160204

장소 :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 미술

김소영 개인전 열한 번째 손가락 展 포스터


 

어느 날 A는 자신의 몸에서 원래의 구성물이 아닌 무언가 갑자기 추가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마귀나 여드름, 쥐젖 같이 작은 규모가 아닌 제대로 몸에서 기능하는 기관 -그러니까 손가락- 이 새로이 추가된 것이다. 처음부터 이것을 눈치 챈 것은 아니었다. 그날도 A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멍하니 어두워진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순간 창에 비친 이미지에서 어떤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못 보던 손가락 하나가 원래 몸의 일부인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A는 생각한다. '저 손가락은 언제부터 저기에 있었던 걸까.' A는 어제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하지만 어제의 자신에게 여분의 손가락이 없었다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도 손가락의 수를 매일 헤아리지는 않는다. 그냥 어제의 손가락 개수와 오늘의 것이 같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부터 열한 번째 손가락이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A는 그 외에도 추가된 다른 것이 있는지 온 몸을 살핀다. 다행히 새로이 발견된 것은 없다. A는 안도하려다 이내 취소한다. 다음과 같은 생각이 바로 이어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몸 안쪽의 상황은 어떨까. 이를테면 대장이 2cm가 길어졌다거나 심장의 좌심실이 하나 더 생겼다거나.' A는 몸 안으로부터의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몸 내부에 온 신경을 집중해 본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현재 내부의 상황을 알 수는 없다. 평소의 신호가 어떠했는지 전혀 모르는 데다가 언제부터를 평소라고 해야 하는지 이제는 정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A는 생각한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수신될 때 섞여 들어오는 잡음처럼 내 몸에도 어떤 잡음이 섞여 든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음악이라고 믿었던 나의 신체는 단지 한 뭉치의 잡음이었고 결국 잘못 믹싱된 트랙 하나가 손가락의 형태로 삐져나온 건 아닐까. ' A는 이제 자신의 것이라고 믿었던 다른 부분들도 모두 의심이 든다. ‘어쩌면 나는 손가락이 원래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A는 손가락을 차례로 움직여본다. A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다음 번에 자신에게 무언가 또 추가된다면 그것이 차라리 아가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미 열 개나 있는, 아니 이제는 열한 개인 처치 곤란한 손가락이 아니라.

이 전시는 앞의 수기로부터 출발하였다. 살아가는 것이 죽음을 향해 매 순간의 시공간을 이동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나는 정보로 변환되어 다음 순간으로 이동되고 그 정보가 다시 신체로 구성되는 과정이 무수히 반복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과정을 겪고 있다면 다른 이의 전송 신호가 나에게 섞여 들어올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나는 주위의 사람, 혹은 물건과 그만 신호가 뒤섞여 잘못 복원되는 신체를 생각했다. 하지만 완전한 ''의 복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 그것은 항상 성공할 수도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들은 내부의 것들과 뒤섞이며 매 순간의 나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구조 속에서 나의 범위를 갱신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A의 경우 혼재된 신호 안에서 자신이라고 믿는 범위를 정확히 수신하는 것에 실패하였다. 그리고 그 실패의 증거, 즉 잉여의 손가락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범위에 대한 사유가 시작된다. 그러므로 열한 번째 손가락은 자신을, 나아가 이 세계를 당연한 것이 아닌 의심의 대상으로 바꾸어 버리는 일종의 균열이다. 하나의 서사로부터 시작된 작품들은 여러 갈래의 개별적인 서사를 만들어갔다. 공간 안에서의 이미지의 크기와 위치, 결합 방식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말하자면 이미지-서사를 엮어가는 방식으로 작업이 전개되었다. 이미지-서사들 간의 틈새에서 다시 서사가 파생되어 흐르다가 또다시 이미지로 변환되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것이 소실되거나 어떤 것은 남아돌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 전시는 끊임없는 변환과 이동의 과정에서 생기는 균열들에 관한 전시이다. 회화(繪化)는 작가에게 수신되는 한 뭉텅이의 신호를 물리적으로 변환시키는 행위이다. 다시 말하면, 범벅된 신호 더미에서 개별 신호의 트랙을 분류하여 섬세하게 믹싱하고 그것을 다시 물질화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 난감한 변환의 과정에서 생긴 기형적인 형상들이 우리들, 그리고 세계의 이동을 증명할 것이다. 실패의 흔적이야말로 어떤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김소영

문의 : 02-746-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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