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2013 (법관스님 개인전) 89361


선禪-2013 (법관스님 개인전)

날짜 : 20130419 ~ 20130426

장소 : 한가람미술관

서울 미술

<선(禪)-2013>은 수행을 통한 내면의 정제된 마음으로부터 출발하여 작품을 그려 나가기 때문에 선(禪) 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단순하고 따뜻하고 순화된 색을 통하여 정적인 가운데 무한한 에너지를 내재한 동(動)의 세계를 표현하여 인간의 본 모습을 깨우려는 것이다. 동양적 사상과 오랜 전통을 가진 불교미술을 바탕으로 한 한국적인 색감과 현대적 조형감각으로 나와 남으로 이어지는 연기법, 즉 하나가 모두요 모두가 하나임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법관스님 Ven. Bup Kwan
- 개인전 13회 (서울 인사아트센터 등)
- 그외 그룹전, 아트페어 다수
- 현재 강원도 암자에서 정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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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조화와 균형의 세계상
성관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법관스님의 그림은 일종의 색 면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납작한 캔버스의 표면을 평평하게 다듬어나가며 단일한 색상을 고르게 덮었다. 주어진 화면의 평면성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동시에 적색과 청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화면에 긴장과 균형을 조성하고 은연중 화면을 가로지르는, 분할하는 몇 개의 선들이 조용한 파격을 만들고 있다. 그 사이로 문득 구체적인 대상을 암시하는 형상이 간추려져 놓여있다. 화면 속에 또 다른 공간, 화면이 열리고 무한 속에 구체적인 세계의 편린들이 은거하는 형국이다. 색채를 머금은 면들이 서로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며 평등해지는 순간이다. 화면은 이렇듯 상반되는 것들의 충돌과 길항으로 관계 짓고 있다.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 추상과 구상, 직선과 곡선, 서양화와 동양화의 요소, 아크릴과 석채,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등등이 그렇다. 아마도 스님은 화면 안에 여러 이질적이고 대비되는 것들의 조화로운 상태를 염두에 두면서 그 균형의 세계를 만들어 보여주려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자체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려는 것도 같다. 자연은 모든 차별과 다름을 두루 껴안는 덕(인)의 경지를 보여준다. 인간만이 차별과 분리, 배제와 구분을 한다. 그러니 그의 그림은 결국 자연에서 파생한 그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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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특정 색채로 치환하고 그 형상을 단순화시켜 이룬 절제된 미감이 가득하다. 비록 구체적인 대상을 선명하게 안기지는 않지만 이는 추상화라기보다는 여전히 구상적인 그림이요 마음속에 떠올린 형상을 가다듬고 궁굴리고 궁굴려 이룬 형/무형의 세계다. 모든 것을 단순화하고 절제시켜 이룬 극소의 세계상이고 본질이자 궁극의 존재상에 해당한다고 여긴 것의 이미지화다. 그것은 난과 정물, 산과 물방울, 달과 산, 꽃과 새를 연상시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색채와 물감(물성)이요 형이자 공이다. 그림은 기실 환영에 불과하다. 그것은 주어진 인위적인 화면에 물감과 붓질을 통해 세계를 불러오지만 그 모습은 이내 환영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술의 환영, 미술의 이 굴절이야말로 예술의 힘이고 의미이다. 우리는 한 작가가 그린 그림을 통해 그만이 보고 깨닫고 느낀 세계의 시각상을 접한다. 그 시각상이란 결국 그렇게 보고 읽는 작가의 마음과 정신의 풍경이다. 언어들이다. 
 
적색과 청색의 주조로 쓰이는 이 화면은 흡사 민화나 탱화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사찰에서 생활하는 스님의 입장에서는 그 울긋불긋한 절의 색채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있기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는 8호 정도 되는 작은 붓으로 그 커다란 화면을 공들여 매워나가고 있다. 그 작은 붓으로 저 커다란 화면을 칠한다는 것도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수없이 반복해서 몇 번에 걸쳐 화면을 색으로 덮어나가는 일은 생각을 지우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든 욕망을 소진시키고자 하는 의도적인 붓질수행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만족할 때까지 칠하고 칠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그 시간의 축적 속에서 화면의 상태는 곧 그림을 그린 이의 마음으로 둔갑한다. 그저 그림 그리는 이 시간을 극진히 보내고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아크릴과 석채가 섞여 칠해진, 무수한 시간이 스며든 화면은 더없이 견고하고 깊이 있는 색감으로 충일하다. 이미 그렇게 칠해진 화면 자체가 그림이 되었다. 작가의 감각과 마음의 결빙이다. 화면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정성껏 칠해나간 수행의 결과물이 화면이 되었다. 그 화면위에 또 다른 색채의 층을 만들고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으로 파문을 일으킨다. 선 하나가 지나가면서 또 다른 공간이 열리고 그 선이 반복하며 선회하는 과정에서 리듬과 힘이 느껴진다. 법관스님은 말하기를 맑고 밝고 따뜻하며 안정되고 차분한, 선적인 느낌을 그림에서 추구하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고 선화를 그리겠다는 것은 아니란다. 사실 선화란 것도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 소재를 반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을 그려도 선적인 느낌이 물씬 거리는 그림이 있다. 사실 한국 현대미술사를 채우던 대부분의 중요 작가들은 흥미롭게도 선적인 느낌을 야기하는 그림을 추구해왔다. 특정 종교를 떠나서 한국인들에게, 작가들에게 선 적인 분위기와 멋은 궁극적으로 우리 그림이 도달해야 할 하나의 경지로 여겨왔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다. 전통과 현대의 충돌과 갈등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은 자신의 정체성을 선적인 멋과 맛에서 길어 올렸다는 점에서 법관스님의 그림과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미술의 세계는 그렇게 서로 조우하고 있는 셈이다.  

 
[작품]
 
1.
선禪-2013 (법관스님 개인전)
 
2.
선禪-2013 (법관스님 개인전)
 
3.
선禪-2013 (법관스님 개인전)
 
4.
선禪-2013 (법관스님 개인전)
 
5.
선禪-2013 (법관스님 개인전)

문의 : 010-8522-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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