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소리를 듣다_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물질성 102469


사물의 소리를 듣다_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물질성

날짜 : 20150623 ~ 20150929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

경기 미술

 

 

전시소개

 

나는 일체의 표현행위를 멈추고 사물이 하는 말을 들으려 하는 것이다.

- 곽인식, 「사물의 언어를 듣는다」. 『미술수첩』, 1969.7

 

 

이번 전시는 예술가가 작품을만든다는 접근보다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귀 기울이며 그것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작품은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에 주로 나타나는데 이는 서구의 미니멀리즘, 아르테 포베라, 일본의 구타이, 모노하 등 국제적 조류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우리 미술에서는 표현 행위가 억제되고 가능한 자연 상태 그대로가 제시되거나 최소한의 형태로 보여지는 등 보다 직관적인 작품들이 제시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무한함 속에 인간 존재를 자각하고 의도된 행위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오히려 사물의 물질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이 작품들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정신성을 강조하는 한국적 미의식이 반영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사물이란 자연 및 인공물을 포함한 물질에 대한 총칭이며소리를 듣다는 표현은 사물 고유의 존재성이 부각될 수 있도록 작가의 의도가 최소한으로 개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에서 사물이 생성되는 시간성과 자연의 순리, 순환을 내포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 전시를 통해 주변의 사물들이 예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또한 제시되고 있는 지를 살펴보고 전시장을 둘러보며 그 작품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사물을 통해 세계를 만나다

일본에서 작업했던 곽인식, 이우환의 작품들이다. 1937년 도일(渡日)했던 곽인식은 1960년대 초부터 유리를 깨서 접합시키거나 금속판의 표면을 긁거나 찢어서 철사로 꿰매는 작업을 하였다. 이렇듯 표면에 균열을 내여 긴장된 화면을 구현하면서 물질성을 드러내는 곽인식의 작품은 당시 일본에서도 전위적인 작업이었다. 이우환은 196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평론가 및 작가로 활동하며 가공되지 않은 사물을 통해 세계와 인간의 만남,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추구하였다. 즉 서로 다른 상황에 존재하는 사물을 함께 배치하여 존재의 의미와 관계에 주목하였는데 이 때 사물들은 인간과 자연, 나와 타자(他者)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이우환은 한국의 해외미술교류에 기여하였으며 특히 1970년대 초 그의 평론, ‘만남의 현상학 서설은 예술에 대해 고민하던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사물과 마주하다

1970년대 우리 미술계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사물 본래의 특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다수 제작되었다. 이는 돌, 나무, , 철 등의 사물에 작가의 의도된 행위로 흔적을 남김으로써 물질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작품들이다. 박석원은 돌이나 철을 떼어내거나 용접을 하는, ‘()’()’의 반복을 통해 자연의 무한함 속에 인간의 흔적을 더한다. 심문섭은 캔버스 올이 닳도록 샌드페이퍼로 문지르는 행위를 반복하고, 최병소는 신문지 인쇄 글을 볼펜으로 지워가는 행위를 통해 종이와 볼펜의 물질감을 일체화시켜 나간다. 또한 이승택은 연기, , 바람 등 자연물의 생성과 순환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해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바람이라는 거대한 자연을 작가의 행위를 통해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 퍼포먼스가 상영된다. 이러한 작품들은스스로 그러함(自然)’을 마주하고 있는 인간 존재의 행위성을 통해 물질성 그 이상의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사물을 이미지화하다

물질과 이미지의 관계를 제시하거나 물질성과 조형성을 함께 모색한 1970-80년대 작품들이다. 김용익은 구겨진 천 위에 주름을 묘사함으로써 물질과 이미지, 3차원과 2차원의 관계를 제시한 바 있다. 또한 돌, 나무 등 견고한 사물에 마치 액체나 천이 흘러내리거나 외부의 힘에 의해 찌그러진 모습으로 표현되어 원래 그 사물이 지닌 물질성을 다시 상기시키는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전국광은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외부의 압력에 의해 휘어진 모습을 반복적이고 율동적으로 나무나 돌에 표현하고 있으며, 노재승은 유약이 흐르는 선에서 착안하여 탑, 맷돌 등에 흐르는 액체의 리듬을, 계낙영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천의 곡선적 리듬을 돌에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조형성을 통해 물질성을 상기시키는 작품을 제작한 것은 당시의만든다는 조형관을 바탕으로 형성된 한국조각의 독특한 경향이기도 하다.

 

흙의 음성, 비의 소리를 듣다

1990년대 이후 자연의 순리, 순환과 관련한 시간성 또는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 작품들이다. 원경환은 점토가 마르면서 생기는 흙의 균열감과 그것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부스러지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최인수는 흙을 빚고 그 위에 손의 흔적을 남길 뿐만 아니라 흙에서 생성된 철이 녹슬어 가는 시간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김인겸은 평면적 요소를 물질을 통해 입체화시키면서 공간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으며 김희성은 벽과 바닥 공간을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작은 개체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해 나간다. 임충섭은 이분법적 구조와 경계를 오가면서 자연과 문명 그 사이에서 바라본 명상적인 작업을, 이수홍은 천연적인 것과 가공적인 것의 대비를 통해 흑백논리의 이분법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정아는 천둥, 번개, 비 등의 자연 현상을 일상화된 삶의 영역에서 기록하는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문의 :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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