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밍 풀 103113


스위밍 풀

날짜 : 20150821 ~ 20150903

장소 : 갤러리175

서울 미술

■ 전시 제목 : SWIMMING POOL

■ 전시 기간 : 2015년 8월 21일 (금) ~ 2015년 9월 3일 (목)

■ 초대 일시 : 2015년 8월 21일 (금) 18:00 (오프닝)

■ 전시 작가 : 이진명

■ 관람 시간 : 월요일 - 일요일, 12:00~18:00 (휴관없음)

■ 전시 장소 : 갤러리175

■ 관람 문의 : 02) 720- 9282

 

 

■ 전시 소개

 

좋은 것은 겉으로 드러난다. 강남의 높은 빌딩 거리에 가면 하늘 앞에 서 있는 건물들의 위용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하지만 사람의 눈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가까이에 있어도 무언가에 가려지면 보지 못한다. 그 높다란 건물들이 강렬히 빛나는 동안, 뒤에는 태양빛을 받지 못하고 하늘 대신 벽을 바라보는 낮은 건물들이 빼곡하다. 어찌 보면 조용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모두가 똑같은 관심을 받지 못해도 각자 나름의 삶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지구의 곳곳은 마치 자연의 순리라도 되는 듯 점점 더 진한 색의 겉면과 이면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수 많은 진실들이 가려지고 왜곡된다. 도시에서 값 싼 청바지가 팔릴 때, 그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소요됐던 누군가의 희생과 망가진 자연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다. 따듯한 털 옷을 위해 어떠한 생명은 처참히 찢겨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의 따듯함과 화려함, 편안함 등이 주는 유혹을 쉽사리 떨치지 못한다. 인간의 욕망은 먼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눈 앞의 좋은 것에 쉽게 마음을 내주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인간의 심리를 잘 아는 매체들은 현실성 없는 사진과 과연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싣는다. 그것들은 너무 쉽게 감탄을 자아내고, 감탄은 선망, 그리고 욕망으로 이어진다. 실재하는 삶의 감정들 속에서 완벽한 행복이란 이상일 뿐인데, 사진 속 사람들과 화려한 공간들, 아름다운 자연은 이상하게도 완벽하다.

 

이진명 작가의 허구적 세계는 이 지점에서 문을 연다. 인간의 얇은 감각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고, 일상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이면의 것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매끄러운 종이 위에 얄팍하게 놓인 사진과 글은 연출되고 편집된 한 순간일 뿐이다. 실상 또한 그처럼 매끄럽기만 할 리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에 의도된 사진보다도 비현실적이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진실될지 모르나 상상 속에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그 공간을 시각화 한다. 현실과는 다른 형태로, 논리보다는 감성으로 화면 위에 형상을 채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마치 무의식의 세계가 의식의 공간보다 무한하듯, 시각이 인지할 수 없는 이면의 공간을 감성에 담아 조금씩 무한히 확장 시킨다. 시작은 있으나 끝은 알 수 없고, 이미 채워진 부분조차 또 다른 무엇으로 가려질 수 있는 불확정적인 것의 반복이다. 이렇게 불분명한 작가의 표현 방식은 불확실한 무언가를 오히려 진솔하게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큰 줄기의 감정은 불안이다. 푸르스름한 공포, 초록 빛 그로테스크가 작품 전반을 휘감았다. 경험에 의한 논리로는 연결되지 않는 상황, 어긋난 공간을 채울 정보의 부재가 필연적으로 불안감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 불분명한 상황에서 작가는 혼란스럽고 어두운 이미지의 근원을 제목에 명시했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몰디브와 발리, 누구나 한 번쯤은 사진으로 본 적 있을 법한 휴양지다. 찬란한 해변, 최고급 호텔과 멋진 요리는 모두를 꿈꾸게 하는 지상 낙원 그 자체인 듯하다. 바로 그 낙원이 작가의 화면에서는 공포감으로 휩싸였다. 공포의 궁극적인 근원은 죽음임을 아는 듯, 죽음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들이 캔버스 곳곳을 지배한다. 하지만 끝까지 작품의 제목은 몰디브, ‘발리이다. 무언가 굉장히 뒤틀려 있다.

 

이 모든 표현의 근본적인 전제는 작가는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독자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접하는 이미지는 가보지 못한 세계의 전부를 대변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진실이 왜곡될 위험의 순간에서 작가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 곳은 정말 아름답기만 할까? 궁극의 행복이 있을 것 같은 곳의 이면에 다른 무엇이 있지는 않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통 받는 노동자의 삶에서도, 폐기물로 신음하는 바다에서도, 행복을 꿈꿨던 신혼부부가 맞이하는 현실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 곳으로 향했지만 미처 도착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 했던 이들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겉으로 화려할수록 이면의 그늘은 어둡기 마련임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막연히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관객들이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인의 하루의 시작과 끝이 되어버린 SNS에도 행복해 보이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여행이라는 키워드 아래선 특히 강도가 세진다. 호화로운 배경의 사진을 잔뜩 펼쳐놓고 면세점에서 산 기념품과 명품들까지, 마치 여행 자체가 행복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보일만한 기제들이 사진 위에 널린다. 사진 속 사람들은 의무라도 되는 듯 웃고 있고, 당연한 듯 지어낸 그 웃음을 보는 타자들은 진심의 여부를 구분하기 힘들다. 그 장면이 한 순간에 불과함은 그리 중요치 않다. 시각이라는 자극이 너무 강할 뿐 아니라, 좋은걸 굳이 나쁘게 보기엔 세상이 너무 바쁘다.

확실한 것은, 사진은 쉽게 사람을 속이고 진실을 가리는 강한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을 대중 매체들은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화려한 것들을 보여주고 시각적으로 사정 없이 자극하며 환상을 부추기는 것이다. 결국 현대의 도시인들은 끊임없이 소비한다. 좀처럼 만족이라고는 없는 듯, 소비는 또 다른 소비를 부른다. 사람들은 점점 더 그 소비의 행위로 자신의 정체성을 대신하고, 타인에게 포장된 모습을 보이고, 만족감을 얻는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사람은 박탈감이라는 지극히 도시적인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일련의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좋으련만 커다란 우물 속의 한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진명 작가의 작업은 그 안에서 최대한 한 발짝 물러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고, 더 멀리, 깊이 보려는 시도이다. 유명인들의 사진이 욕망을 자극하듯, 이미지 속 세상과 경험하는 현실의 거리에서 오는 불편함이 작가로 하여금 붓을 움직이게 했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이진명 작가는 진실을 감춘 이미지로부터 가려진 세계를 수면 위로 끌어내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사회의 이면을 성찰하였다. 반짝이는 얕은 물은 즐거운 놀이터지만, 사람의 키를 넘어가는 순간 위험해진다. 우리의 일상 또한 한 끗 차이로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음을 작가의 눈은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공간은 깊은 바다처럼 어둡고 무한하다. 바다는 멀리서 바라보면 환상적이지만, 그 속은 너무 차갑다.      

 

글/ 김여명

 

 

■ 작품 이미지  



 Swimming Pool, oil on canvas 45.5 x 53cm 2015

 

 

 향수-죽음을 부르는 치명적인 향기 oil on canvas 181.8 x 227.3cm 2014

 

 

Hallucinogenic bathroom, oil on canvas 162.2 x 130.3cm 2013

문의 : 02)746-9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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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53 갤러리175